인문(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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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눈이 이야기해 주는 것들 Les Histoires que l'oeil nous raconte
1967년, 시카고 대학의 심리학 교수 에카드 헤스(Eckard Hess, 1916~1986)는 한 가지 놀라운 발견을 하는데, 이 발견은 전통 심리학이 사로잡힌 순응주의의 늪에 하나의 돌파구를 마련해 주었다. 발견 그 자체의 놀라운 매력 외에도 특히 우리의 관심을 끌 만한 부분이 있었는데, 정상위에 따른 개인화된 관계 이론에 좀 더 무게를 실어 주었기 때문이다. 에카드 헤스는 인간의 눈에서 동공이란 부위가 우리 눈으로 들어오는 빛에 대한 조리개 역할을 한다는 걸 알았으며, 우리는 모두 햇빛을 보는 순간 동공을 수축시키고 어두운 곳에 들어가면 이를 확장시키는 반사적 반응을 보인다. 그런데 동공에 또 다른 기능이 있다는 건 아무도 몰랐었고, 에카드 헤스 역시 이를 우연히 발견하였다. 바로 같은 빛의 세기에..
2023.06.11 -
좋은 전쟁이란 없다. 그리고 나쁜 평화란 없다.
1914년 말이 되자 시대의 유행색은 흑백이 되었고, 승리가 거리의 법칙이 되었으며, 언론에서는 전투의 목소리를 드높였다. 회의의 색인 수수한 회색은 영향력을 잃었다. 국적을 막론하고 모든 국수주의자들은 자국에 환호를 보냈다. 규율, 희생할 각오, 복종, 의무 수행과 같은 미덕들이 모두 병영에서 나왔다. 전쟁 발발에 즈음해 발표된 독일 국민에게 보내는 황제의 외침은 시대정신을 드러내는 전형적인 수사로 가득 차 있었다. "따라서 어떤 검을 들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평화를 깨고 적이 우리를 습격했다. 그러므로 일어서라! 무기를 들라! 흔들리고 주저하는 사람은 조국에 대한 반역자다." 영국에서는 병역의무가 없었기 때문에 직업군인들이 큰 피해를 입자 19세 이상 38세 미만의 남성을 대상으로 신병을 모집했다...
2023.06.11 -
대검 중앙수사부(중수부)와 노무현 전 대통령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 박연차. 그는 부산에서 사업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부산 중소기업인에 대한 세무조사를 서울지방국세청이 했다. 그것부터 어긋났다. 그래서 박연차 회장의 돈 중 일부가 노 전 대통령에게 갔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그렇다면 국세청은 어디로 고발해야 했을까? 일반적인 사건이라면 부산지검으로 고발하고 그리로 사건이 가야 했다. 아니면 김해 가까운 창원지검이라도 좋다. 그런데 중요 사건으로 분류되어서 대검 중앙수사부(중수부)로 갔다. 그래서 대검찰청에서 김해로 소환장이 가고, 노 전 대통령이 서울로 피의자 신문을 받으러 가게 된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아마 서울을 오가면서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이건 정권에서 검찰을 이용해 나를 노리고 들어오는 거구나.' 자신..
2023.06.11 -
강남스타일은 득인가? 독인가?
문화에는 A급 문화가 있고 B급 문화가 있다. 이런 구분은 명시적이고 공식적인 것은 아니다. 그리고 B급 문화라는 말은 많이 하지만, A급 문화라는 말은 거의 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사회에서 문화 예술이라 지칭할 때 의미하는 문화 예술의 개념이 있다. 이때 문화 예술은 무언가 고급스럽고, 중요하며, 작품이라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사람들이 즐기는 문화이기는 하지만, 고급스럽지 않고 작품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문화들도 존재한다. 뭔가 저속한 느낌도 있고, 예술로서 가치를 인정하기는 어려운 문화들이다. 이런 문화들을 B급 문화라고 말한다.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인정하는 문화에 대한 서브 개념이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문화라고 부르는 것에 무언가 미치지 못하고 하위 개념으로 보이는 것을 가르키는 말이다..
2023.06.11 -
살아가는 법, 사랑하는 법, 죽는 법
『타이태닉호의 비극』과『타이태닉』은 전혀 다른 영화지만 둘 다 배가 가라앉는 장면에서 헤어지기를 거부하는 나이 많은 부부가 등장한다. 1958년 영화『타이태닉호의 비극』에서는 남편이 아내에게 말한다. "제발, 배에 타." 사람들은 그녀에게 빨리 구명보트로 내려가라고 재촉한다. 하지만 그녀는 말을 듣지 않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사람들에게 말한다. "전 한 번도 남편 곁을 떠난 적이 없어요. 왜 지금 내가 남편을 두고 떠나야 하나요?" 남편은 아내에게 이성적으로 판단하라고 애원한다. 하지만 아내는 룻기에 나오는 말로 자신의 의지를 확고하게 정리한다. "우린 오랜 세월 함께 살아왔어요. 당신이 가는 곳으로 나도 가겠어요." 1997년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타이태닉』에서는 나이든 부부가 배가 가라앉는 와중에도 객..
2023.06.11 -
위대한 장군을 어느 정도까지 존경해야 하나?
요들과 발크에서 시작해 리와 워싱턴과 나폴레옹까지, 우리는 이 군인들의 면모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까? 뛰어난 육군과 해군은 역사에서 불가피하고 명예로운 역할을 맡아왔다. 용맹스러운 군인을 존경하는 국가적 전통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어떤 국가든 자기방어의 권리를 갖고 있는 만큼, 자국의 군 지도자들을 예우할 권리도 갖고 있다. 그러나 군 지도자들에게 도덕적 권한과 기술적 수단들을 마음대로 휘두를 권한까지 준다면 인류에게 치명적인 위험을 안길 수 있다. 군사력을 도덕적 선과 결코 혼동해서는 안 되며, 군 지도자들에게 대량 살상무기들을 맡겨서도 안 된다. 19세기 영국에는 도덕적 허세도 심하지 않고, 기술적 수단도 넉넉히 갖지 못했던 군사 영웅들이 있었다. 그런 점에서 영국은 운이 좋다. 로버트 루이스..
2023.06.11 -
존 내시 게임이론과 분석
내시는 자신의 게임이론을 모든 형태의 인간 상호 행위에 적용했다. 그는 의심과 자기이익에 의해 추동되는 시스템은 모든 사람들의 욕구가 만나는 평행 상태에 도달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함으로써 노벨상을 받았다. "협력적 이상이란 없다고 생각한다"고 훗날 그는 시인했다. 최소한 그 시절에는 내시나 랜드연구소나 인간이 협력적 존재라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 내시의 방정식에 의하면, 사람들의 협력 결과는 보다 위험하고 혼란스러우며 예측 불가능한 게 됬다. 이타주의는 너무 모호했다. 좋은 계획이라면 모든 행동이 예측 가능해야 했고, 단기적 자기이익 추구 원칙에 따라 모든 것이 분명하고 쉽게 드러나야 한다는 가정이 전제돼야 했다. 게임이론과 분석이 지배하던 몇십 년이 지나고 내시와 랜드연구소의 사고에 명백한 결점이 드러..
2023.06.11 -
언어는 사용되지 않으면 죽는다《언어의 종말》
대한민국에서 영어는 점차 그 위상이 커져가고 있습니다. 초,중,고등학교에서 영어를 제1외국어로서 의무적으로 가르치고 있으며, 소설가 복거일씨가 한국어 대신 영어를 대한민국의 공용어로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한 뒤로 꾸준히 영어 공용화론이 토론의 장에 올라가고 있으며, 대한민국 최고의 지성들이 모이는 대학이라는 포항공대에서는 백성기 포스텍 총장 이후로 영어공용화를 전면 시행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이러한 언어의 변화 추세는 소수 국제어의 확산과 다수 언어의 소멸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사용되는 언어는 5,000개 정도이며, 전세계 인구의 3분의 2가 사용하는 언어는 겨우 12개에 불과합니다. 점점 더 많은 언어들이 사라져 100년이 지난 후 전체 언어는 2,500개가..
2023.06.04 -
차별받는 사람들을 위로해준 영혼의 음식들《차별받은 식탁》
저자는 전근대 일본의 최하층 신분들이 살던 부락의 음식을 시작으로 다른 나라들의 차별받은 사람들이 먹어야 했던 차별받은 음식들을 접하게 됩니다. 저자 자신도 오사카 남부의 지도에도 존재하지 않는 사라이케라는 부락에서 태어난 사람으로, 각국의 차별받은 사람들은 서로 엇비슷한 음식을 먹지 않을까? 만약 그런 음식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차별받아온 사람들이 세상에 내놓은 독자적인 식문화, 저항의 식문화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으로 여러 나라를 여행합니다. 차별받은 식탁의 가장 일반적인 유형은 지배층이 먹다 남긴, 혹은 먹지 않는 부분을 먹는 문화입니다. 식민지시절 흑인 노예들의 음식이 그 예중 하나입니다. 메기튀김, 데친 미국가재, 돼지 발을 삶은 포크피트 등은 모두 백인들이 꺼려하던 음식재료로 만든 음식들이였습..
2023.06.04 -
사람의 시간은 되돌릴 수 있다《마음의 시계》
시간을 되돌린다는 것은 얼핏 SF 공상과학 소설에서나 나올법한 개념이지만, 심리학자 엘렌 랭어는 그러한 개념에 도전합니다. 여기서 시간을 되돌리는 것은 말 그대로 과거로의 여행이 아닌, 인간의 정신과 육체에 관한 것입니다. 인간의 정신은 누군가 구토하는 것을 보면 욕지기를 느끼고,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면 몸이 들뜨듯이, 우리는 마음을 변화시킴으로써 몸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어느 한계까지 정신은 육체에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던집니다. 저자는 1979년 '시계 거꾸로 돌리기 연구(counterclockwise study)'라고 부르는 연구를 통해 심리적인 시계를 되돌림으로서 인간의 생리 상태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제시합니다. 20년 전과 같은 환경을 제공함으로서 자신의 상..
2023.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