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에서 한 표란 무엇인가?『스윙 보트』

2023. 3. 19. 13:03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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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 민주주의 국가에서 민주주의의 꽃은 단연 선거입니다. 혹은 그렇게 배웁니다. 선거철이 되면 당신의 한 표가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은 당신이라고 사방에서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심리학은 사람들이 높은 수에 무덤덤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합니다. 선거에서 우리의 투표는 수백만, 수천만 표 중 한 표이기 때문에 그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현실에서 아무리 당신의 표가 중요하다고 외쳐도 사람들은 표가 중요한지 인식하지 못합니다. 이러한 관점을 해결하기 위해 영화는 극적인 우연을 통해 보여줍니다. 주인공 버드 존슨의 표를 제외한 나머지 표의 결과가 동점이란 상황으로 인해 '한 표'의 가치는 극적으로 상승합니다. '한 표'는 정말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표가 된 것입니다.

'한 표'가 정말 중요한 표가 되자 민주당과 공화당은 난리가 납니다. 버드의 한 표를 얻기 위해 거대 정당은 자신의 정체성을 기꺼이 던져버립니다. 버드가 강에서 하는 낚시를 좋아하자 공화당은 댐 건설 예정지였던 강을 환경보호구역으로 지정합니다. 버드가 이민자들에게 일자리를 빼앗기자 민주당은 이민자들을 막을 법안을 제안합니다. 낙태와 동성애 등과 같은 미국 선거의 핵심 의제에 대해서도 민주당과 공화당은 버드의 의사에 따라 자신들이 했던 말들을 번복합니다. 공화당 출신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후보는 이러한 행보가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선거전략 담당자의 의견에 따릅니다. 권력은 한 시민에게 돌아갑니다.

여기서 영화는 질문합니다. 시민들의 '한 표'는 정말로 동등한 가치를 가지는가? 한 사람의 투표권은 하나의 숫자로 치환되며, 이론적으로 동등한 가치를 가집니다. 영화의 주인공 버드 존슨은 이혼했고, 술에 절어 살며, 나태한 태도로 직장에서 쫓겨났습니다. 딸 몰리를 사랑하고 같이 낚시를 하는 등 인간적으로 나쁘지는 않은 사람이지만, 책임감이 없고 사회적으로 실패한 평균 이하의 사람입니다. 정치에 관심도 없고 사회문제에도 무관심합니다. 버드의 모습은 전형적인 '무지한 대중'의 모습입니다. 이러한 버드의 '한 표'로 선거가 결정됩니다. 다른 것도 아니고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미국 대통령이 결정됩니다. 지금까지의 선거는 그러한 '한 표'도 동등한 가치를 가졌고, 역사를 움직여 왔습니다.

아버지와 달리 딸 몰리는 선거와 관련된 글짓기 발표에서 두각을 나타낼 정도로 성숙한 시민입니다. 참정권을 포기했던 버드 존슨의 한 표를 몰래 대리투표하기도 했고, 버드 존슨에게 선거의 운명이 결정된다는 것을 알게된 전국의 시민들이 보내온 사회문제에 관한 편지들을 하나하나 답장해줄 정도로 깨어있는 시민입니다. 무지한 대중이었던 버드는 딸 몰리와의 일련의 사건을 통해 성숙된 시민이 되어갑니다. 인권, 환경, 진보, 빈부격차 등의 사회적 의제에 정면으로 대응하기 시작했고, 한 시민으로서 자각하기 시작합니다. 버드가 진정으로 사회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한 표'는 '가치있는 한 표'가 되어갑니다.

영화는 다양한 관점의 변화를 통해 민주주의와 선거와 시민에 대해 묻습니다. 대의 민주주의의 문제점을 직접 민주주의의 관점을 통해 지적하고, 정당정치의 단점을 한 표에 집중시킴으로서 부각시킵니다. 무지한 대중이자 사회적 실패자로 살아가던 버드는 전국의 시민들을 대변하는 사람으로 변신합니다. 그리고 고백합니다. "미국에게 진짜 적이 있다면 그건 바로 저입니다" 영화는 대중이야말로 정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존재이며, 동시에 가장 큰 문제일 수 있음을 지적합니다. 정치에 문제가 있다면, 그 원초적인 책임은 잘못된 정치인이 아니라, 잘못된 정치인을 선출한 대중에게 있습니다. 버드는 현대 민주주의 사회의 핵심 원리, 선거에 있어서 내재된 권리와 책임을 모두 받아들입니다. 버드는 투표를 함으로써 자신의 미래를 선택할 권리를 선택했고, 자신의 투표로 인한 책임까지 인정합니다. 자신의 한 표로 인해 미국의, 전 세계의 미래가 변화하는 것입니다. 어쩌면 사람들은 문제가 생길 때마다 버드를 탓하고 나설지도 모릅니다. 그 중압감을 받아들일수 있는 책임감이 대중들에게 필요하다고 영화는 말합니다. 버드는 자신의 '한 표'가 진정 가치있는 표라는것을 자각하게 됨으로써, 그 권리와 책임을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진정 가치있는 시민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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