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삶이 없기를 바라지만『박화영』

2023. 3. 18. 17:09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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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하위문화, 일진을 다룬 영화들을 생각해보면 주로 남학생의 일탈과 폭력을 묘사한 경우가 많았다. 그런 의미에서 여성이면서 생각치못한 위치를 가지고 있는 영화의 주인공인 박화영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삶은 독특한 강렬함을 가져다준다.

일진들의 공간은 폭력을 보유한 남성, 상위 남성에게 성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예쁜 여성, 못생기고 뚱뚱한 여성이라는 단순하면서 명료하고 야성적인 계급사회이다. 자신에게 애정을 보내주지 않는 부모 곁을 떠나 살아가는 박화영은 가출청소년들, 일진들에게 공간과 음식을 제공하며 '엄마'를 자처한다. 영화에서 못생기고 뚱뚱한 여성은 오직 박화영밖에 나오지 않으며, 이 최하위 계급 '엄마'의 서비스를 받는 일진들은 '엄마'를 무시하며 폭력을 가한다. 엄마에게 버림받은 여성이 '엄마'라는 가치에 목매이며 동시에 그 가치가 비웃음당하면서도 자조적으로 웃는 모습은 깊은 인상을 가져온다.

상위 계급인 폭력 남성과 그 남성에게 성적으로 연결된 두 여성 사이의 갈등구조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최하위 계급 박화영이다. 안쓰러울 정도의 삶 속에서 박화영은 자신이 중요하다고 끊임없이 외치며 웃는다. 그 처절한 희생은 점점 극으로 치달으며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정말 한 명만큼은 자신을 정말 엄마처럼 생각해주고 의지해줄 것 같았지만, 결국 일진 그룹 내에서 어느 누구도 박화영을 동료라고, 친구라고, 엄마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박화영을 무시하고 이용해먹은 이쁜 여자들은 결국 성공하고, 폭력은 처벌받지 않으며, 박화영은 엄청난 희생을 치룬 뒤에도 다시 그 행위를 반복한다.

박화영의 삶을 바라보며 느낀 감정은 하나로 정의하기가 힘들다. 모성애, 계급, 청소년 폭력 문화 등 다양한 주제 속에서 분명히 느꼈던 것은 거북함이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거북한 이유는 영화 속의 다양한 폭력들, 일진들의 성관계, 원조교제 꽃뱀, 입던 속옷 팔기, 술집 사장 협박 등의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우리 사회의 구성원 중 일부의 삶의 모습임을 알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고생들이 폭력 피해를 안 당하려 성상납, 성매매를 강요받는다는 뉴스가 난 것을 영화를 보며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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