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3. 18. 17:07ㆍ영화
"결혼은 언제하니?"
평상시에도 듣는 소리지만, 추석이 되니 그 빈도가 매우 잦아졌다. 결혼을 한다는 것, 새로운 가족을 만든다는 것에 대한 요구를 무심코 흘려버릴 수 있었던 것은, 지금까지 결혼에 대해 피상적인 것으로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집이 있어야 하지, 직장이 번듯해야 하지, 돈을 모아놔야 하지. 생각해보면 온통 물질적인 계산 뿐이다. 결혼이란 그런 것인가, 가족이란 그런 것인가.
한 가족이 있다. 건설일용직으로 일하며 동네 마트에서 도둑질을 하며 사는 남자. 세탁공장에서 일하며 무심한 여자. 겨우 살아갈 정도의 연금을 받으며 노년을 맞이한 여자. 가슴 흔드는 일을 하는 여자. 도둑질을 하며 사춘기에 접어들 소년. 그들은 가정폭력을 당하는 소녀를 만난다. 모두 남남이지만, 동시에 가족이다. 같이 밥을 먹고, 웃으며, 껴안아주고, 위로해주고, 축제를 듣는다. 모두가 꿈꿔온 가족상이 집안에 펼쳐진다.
가족은 오래가지 않는다. 소녀를 데려온 것이 문제가 되었고, 할머니를 묻은 것이 질타를 받는다. 가족은 뿔뿔히 흩어져 다시 남남이 된다. 그토록 소년에게 아버지라 불리우고 싶었던 남자는 아저씨가 되기로 선언하고 나서 아버지라 불리운다. 가족 누구에게도 어떻게 불리웠는지 기억해내지 못하는 여자는 모든 죄를 짊어지고 가족을 지킨다. 할머니의 행동을 알게 된 여자는 홀로 가족들이 살던 공간으로 돌아온다. 소년은 새 가족에 입양되도록 결정된다.
소녀는 다시 친부모의 공간으로 끌려간다. 그 가족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번듯한 가족이다. 집은 부유하고, 구성원도 정상적이다. 그곳은 다리미로 소녀의 팔을 지지고, 새 옷을 사준다며 폭력을 가하는 부모가 존재하는 공간. 겉으로 보기엔 아무 문제가 없는 가족의 공간에서 복도로 나온 소녀는 어느 가족이 가르쳐준 노래를 부르며 밖을 바라본다.
어느 가족엔 내가 원하던 모습도, 원치 않는 모습도 있다. 야밤에 같이 눈사람을 만들고 장난을 치며 뛰어놀고, 다른 사람을 위해 뜨개질을 하고 새로운 사랑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모습이 있다. 벌이가 시원치않아 도둑질을 해야 하고 학교에 보내지 못하고 연금을 계속 수령하기 위해 가족을 몰래 묻는 모습도 있다. 이것도 가족이고, 저것도 가족이다. 꼭 공식적으로 결혼식을 하고 정을 나누고 피를 나눈 혈연끼리만 가족인가. 새로운 가족상의 모습에 공감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가족을 만든다면 수 천만개의, 수 억개의 가족 중 하나의 모습이 될 것이다. 영화를 보며 가족을 만든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본다.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런 삶이 없기를 바라지만『박화영』 (0) | 2023.03.18 |
---|---|
『터미널』 (0) | 2023.03.18 |
『대지의 소금』 (0) | 2023.03.18 |
영화를 보며 불었네, 휘파람 whistle『안나, 평양에서 영화를 배우다』 (0) | 2023.03.18 |
아마와 프로, 가상과 현실,『플레이어스(Players)』 (0) | 2023.03.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