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와 프로, 가상과 현실,『플레이어스(Players)』

2023. 3. 18. 17:04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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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스(Players)』는 라이엇 게임즈가 제작하고 파라마운트+, TVING을 통해 공개된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의 북미 리그(LCS)를 소재로 한 페이크 다큐멘터리다. 라이엇 게임즈는 게임 외에도 다양한 콘텐츠를 시도하고 있는데,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한 애니메이션 아케인의 성공에 이어 플레이어스 역시 팬들을 몰입시킬만한 수작이 아닌가 싶다.

페이크 다큐멘터리인 만큼 가상의 팀, 가상의 선수들로 이야기를 진행하지만 굉장한 몰입력이 있으며, 그 몰입력의 근간엔 리얼리즘이 있다. 영화는 주인공 크림치즈(LCS 4회 준우승 서포터)와 그가 만든 팀 퓨지티브를 중심으로 리그 오브 레전드와 e스포츠, 게임산업과 미국의 현실을 이야기한다. 몰락한 가정환경 속에서 아이들의 도피처가 되어준 게임, 그런 아이들을 바라보는 어른들과 현실의 시선, 아이들이 선택해야 했던 현실들, 게임을 통해 새롭게 얻은 공동체와 성장, 아마추어리즘이 자본을 만났을 때, 성공에 대한 열망, 기업의 간섭, 여전히 남아있는 현실의 시선들. 수많은 주제 속에서 선수들의 선택과 결과들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영화의 많은 이야기 중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아마추어리즘을 기반으로 한 청년들의 생존공동체가 기업과 자본을 만나고 변화하는 과정이었다. 멋진 집과 자동차, 동급생들은 상상할 수 없는 연봉, 팬들이 알 수 있는 화려한 성공의 이면에 있는 변화와 잃어버린 가치에 대한 이야기들은 e스포츠와 선수들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게 해 준다.

영화 대부분은 지독할 정도로 리얼리즘이 넘치지만, 스트리머로 전향하기 위해 팀을 떠나는 선수의 과정은 작위성이 있었다. 하지만 그 이후 스트리머가 보여준 결과들은 씁쓸한 리얼리즘이었다. 한 리그를 수년간 지배한 슈퍼스타보다 인터넷에서 어그로를 끌며 방송을 하는 스트리머의 수입이 2배 3배 더 높다는 사실은 영화를 보는 북미팬들에겐 웃을 수 없는 현실이다. 무한경쟁과 소수의 선수만이 우승할 수 있는 프로의 삶과 선수에 비해 더 편하고 수익도 높지만 LCS우승, 월즈 우승이란 대업을 이룰 수는 없는 스트리머의 삶. 이 선택의 갈림길에서 진지하게 전자에 인생을 올인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환경이 장기적으로 게임산업, e스포츠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지도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영화는 최근 몇년간 리그 오브 레전드를 즐긴 팬들은 물론이고 '신발과 와드 30개를 박으며 게임을 하던' 시절의 팬들을 위한 영화다. 그리핀과 담원, SKT T1보다 더 이전, Team OP나 스타테일을 알고 ManyReason 선수를 기억할 정도라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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