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거나 병들거나 미치거나《인간증발》
10만 명. 매년 일본에서 사라지는 사람들의 숫자다. 범죄조직의 인신매매나 바다에서 수영하다 실종되는 경우의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스스로 사라진다. 이름을 바꾸고, 고향을 숨기고, 가족들이나 친구들과의 연락을 끊는다. 평생을 함께해왔던 관계들을 끊고 혼자가 된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대부분의 경우 금전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더 비참한 삶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증발할 것을 선택한다. 저자 레나 모제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2년째 취업이 되지 않는다. 부모님은 금전적으로 걱정하지 말라고 하지만, 더 이상 부모님의 얼굴을 볼 낯이 없다. 대학 입시에 실패했다. 자신을 믿고 기대해왔던 부모님을 어떻게 볼 수 있을까? 빚이 생겼다. 평생 벌어도 갚기 힘든 빚이다. 아내와 ..
2023.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