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인가?《서초동 0.917》

2023. 6. 16. 01:46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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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이슈에 가려져 있는 감은 있지만, '법질서 확립'은 정부의 주요 과제 중 하나였습니다. 전 정권인 이명박 정부때도 법질서 확립을 외쳤고, 현 정부인 박근혜 정부도 법질서 확립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고 핵심 정책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법질서 확립, 법치란 무엇일까요. 이경현 변호사의 말을 인용하면, 현대적 의미의 법치는 영국에서 왕권을 제한하고 통제하기 위해서 비롯된 것으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려 할 때는 반드시 국민의 의사를 대표하는 의회가 제정한 법률로 하여야 하고, 행정은 이러한 법률에 따라 행해져야 하며, 재판도 법률에 따라 행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법치는 국가가 국민에게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국가에게 요구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입니다. 국가가 법치를 강조할 때는 스스로 법을 준수하겠다는 다짐이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현재 대한민국 사법제도의 현주소는 어떨까요? 이 책을 통해 저자들은 사법제도를 구성하고 있는 네 기둥인 법원, 검찰, 경찰, 변호사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현재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짚어보고, 개선해야 할 점을 말합니다. 안타깝게도 현재의 모습에서 바뀌어야 할 점이 많다고 지적합니다. 그래서 사법 개혁을 말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 있는 사법제도에 대한 불신은 일반인은 물론이고 전문가들, 관계자들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전국의 변호사와 법학교수 등 법률가 27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현재 우리 사회에서 법이 잘 지켜지지 않는 편이라는 응답은 40%에 달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법치주의 확립이 위협받고 있는 요인으로 정·재계 인사 등 사회지도층의 반법치적 행태(60.4%)를 가장 높게 꼽았습니다.

미디어에서 대중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내고 여론을 형성할 수 있는 앵커라는 직업은 아무나 할 수 있는게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판사는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닙니다. 법을 신뢰하고 법에 따라 살아가는 현대사회에서 판사의 판결은 결정적입니다. 사람을 죽이거나 살릴 수 있고, 재산을 다 빼앗을 수도 있는 가장 무거운 책임을 지는 일입니다. 솔로몬처럼 기적같은 능력을 가지지 않고서야 사람은 언제든지 오판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그런 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법을 만들었고, 법을 기반으로 판결해야 합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판사제도는 여러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삼성 이건희 회장 1128억 원 조세 포탈에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현대 정몽구 회장 700억 원 횡령에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SK 최태원 회장 1조 5000억 원 분식회계에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두산 박용성 회장 289억 원 횡령에 분식회계 2000여억 원인데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1000여억 원 횡령에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그동안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국민들의 기분이 어땠을지 혹시 생각해본적 있는가. 다들 금액이 장난이 아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보자. 금액이 크면 형량도 커진다. 그래서 50억 이상 횡령에는 무기징역까지 가능하다. 그런데 위의 예와 비교해보라. 그런데도 요지부동 집행유예 5년이다. 집행유예 기간은 1년에서 5년 사이다. 최대가 5년이다. 그래서 마치 집행유예로는 최고형을 선고한 것처럼 만들어놓았다. 엄벌에 처한 것 같다. 이게 기분 나쁘다. 법을 모른다고 무시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집행유예가 뭔가? 어차피 풀어주는거다. 결국 수천억 원 해먹어도 풀어주는 것, 이게 선고의 본질이다. - p.133 

법원 개혁에서 가장 먼저 지적되는 것은 법원행정처 문제입니다. 인사권을 지닌 법원행정처가 관료화, 엘리트주의화, 비대화를 불러온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판사들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무국이 법원을 지배하는 구조는 누가 봐도 모순적입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심급의 문제인데, 1심에서 유죄던 무죄던 무조건 항소하는 것이 이득인 현재 시스템과, 1심 판사가 2심 판사보다 직급이 낮고 나이와 기수도 낮은 구조가 문제입니다. 이는 불필요하게 법원뿐만 아니라 검찰의 일까지 증가시켜 업무에 시달리게 하는 상황을 만듭니다. 판사 중에서도 가장 능력있는 판사들이 1심이란 최전방에서 활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저자들은 말합니다.

검사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위험한 범죄자들을 수사하는 사람입니다. 고위 공직자나 정치인, 대기업 총수같은 힘 있는 사람들을 잡는 사람입니다. 저자들은 우리나라의 검사제도의 문제라면 너무 정치화되어있다는점을 지적합니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나 중수부 문제가 그것입니다. 또한 검사는 업무 부담이 많기로 유명한 직업인데, 이 업무의 30~40퍼센트가 고소 업무입니다. 문제는 민사적인 고소인데 형사사건으로만 해결하려 한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부분을 해결해서 검사들이 진짜 필요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그 필요한 업무는 힘 있는 사람들의 범죄를 잡는 것입니다.

검찰이 정치검찰이 되는 길 중 하나가 정치인들이 제출하는 고소장이다. 제발 정치싸움하다가 검찰에 고소, 고발하는 일 좀 그만하자. 검찰은 정치인들 뒤치다꺼리해주는 기관이 아니다. 정치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싸우는 게 정치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국민을 설득하는 싸움을 하면 된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한국 정치는 이런 고차원적인 싸움을 잘하지 않는다. - p.181 

경찰은 일반인이 가장 친숙하게 볼 수 있는 사법제도 관계자입니다. 범죄수사의 시작도 경찰이고, 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도 경찰입니다. 도시에 필요한 것은 경찰이지 배트맨이 아닙니다. 경찰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실적주의를 수반한다는 것입니다. 인센티브는 동기부여에 얼마나 효과적이냐는 문제로 이어지는데, 사회학자들이 밝힌 연구결과는 단순한 반복 작업시에 부여하는 인센티브는 성과를 높이는데 도움이 되지만, 창의적인 판단이 필요한 작업에는 오히려 인센티브가 방해가 된다고 나온 바 있습니다. 문제는 경찰의 업무는 단순 반복 작업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더군다나 경찰의 업무는 실적으로 변화시키기 어려운 일들입니다. 최근에 아청법 문제와 관련해서 경찰의 실적주의가 문제화된 적이 있습니다.

높으신 분들이 매번 강조하듯이 법질서 확립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사법제도는 경제, 정치, 교육제도에서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을 여실히 가지고 있습니다. 위아래 문화, 패거리 문화 등이 그것입니다. 우리는 아직도 친척중에 판검사가 한명 있다면 든든하지 않을까 하는 말을 하곤 합니다. 이 말 자체가 얼마나 대한민국 사법제도가 부실한 것인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법은 누구에게나 평등해야 합니다. 평등한 법만이 사람들을 지배할 수 있습니다. 법이 사람들을 지배하지 않으면 힘이 지배하게 됩니다. 높으신 분, 돈 많으신 분, 힘 있으신 분이 법을 초월한 존재가 되어 법을 기반으로 하는 사회는 몰락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들은 '진정한 법질서 확립', 사법개혁을 말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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